은하대백과의 필요성

《영혼의 어두운 밤》은 자기서사가 붕괴하며 기존 자아가 해체되고 새 기준으로 재조직되는 내적 위기 국면이다. 나는 백과사전 집필을 멈춘 뒤 방황했고, 집이 없어서 돌아갈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임시 거처로 이 곳을 만들었다. 파운데이션의 셀던 플랜처럼, 나는 백과사전 편찬을 지식의 방주이자 출구 전략으로 삼아 암흑기를 끝내고 새 질서의 엔진으로 재건하겠다.

《영혼의 어두운 밤》 (La noche oscura del alma) 은, 정체성, 믿음, 체계가 무너지는 깊은 내적 위기 국면을 가리키는 문학적 장치로, 겉으로는 망가짐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기존 자아 구조가 해체되고 새 기준으로 재조직되는 과정이다. 기존에는 16세기 종교적 맥락으로 시작했지만 현대에는 실존의 붕괴와 재구성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 밤은 보통 상(위안, 확신, 자기서사)이 사라지는 상태다.
  • 이전에 나를 지탱하던 보상(칭찬, 성취, 관계 역할, 종교적 확신)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 그 결과 집착, 가면, 자기기만이 드러나고, 가치의 중심이 바뀐다.
  • 회복은 예전으로 복귀가 아니라 새 기준으로 재구축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나는 원래 백과사전을 집필하고 있었으나, 여러 협잡꾼들로 인해서 펜을 놓게 되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나는 소위 심리적으로 방황하는 탕아의 삶을 살게 되었다. 한참을 심리적 집에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집이 없어서인 것을 한참 뒤에 깨달았다. 즉, 광정하기 위해서는 집부터 지어야 한다.

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파운데이션의 설정을 특히 좋아한다. 3-4권부터 급작스럽게 정치 소설로 변모하면서 정주행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그 중에서 심리역사학과 은하대백과사전을 제일 좋아한다. 심리역사학은 실제로는 거시사회학에 가까운데, 개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구가 엄청나게 많다면 인구 집단의 행동을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안한 수학자 해리 셀던이 심리역사학으로 계산한 결과,

  1. 제국 붕괴는 피할 수 없다.
  2. 붕괴 이후 암흑기가 수만 년 온다.
  3. 하지만 특정 출구 전략을 통하면 암흑기를 천 년 정도로 줄 수 있다.

그 출구 전략이 바로 은하대백과사전. 제국 붕괴로 지식이 소실되기 전에, 인류의 지식을 모아 거대한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 즉, 암흑기를 통과하기 위한 수단으로 백과사전이라는 개념이 동원된다. 그리고 백과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임시 대피소가 터미너스 행성이다. 그래서 이 페이지 URL이 터미너스이다.

물론 셀던 플랜은 그보다 더 광활하다. 은하대백과사전은 명목 상 지식을 모아 기록물을 만드는 사업이고 셀던 플랜은 제국 붕괴 이후의 권력, 경제, 기술 흐름을 심리역사학으로 설계해서 문명 재건 경로를 강제로 수렴시키는 장기 전략이다. 즉, 셀던 플랜은 영혼의 어두운 밤을 신질서로의 찬탈로 돌파하는 것이다. 망국의 은하제국, 그리고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그래서 굉장히 흔한 Knowledge Ark 소재 중에서도 더 매력적인 소재이다.

그래서 탕아의 생활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은하대백과를 편찬할 수 있어야 한다. 은하대백과가 영혼의 어두운 밤을 끝낼 것이며 새로운 질서의 엔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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